나의 아저씨 by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 불행은 다 지고사는 소녀와 그녀를 지켜주는 아저씨. 마틸다와 레옹, 레옹과 마틸다.

이 세상의 남녀관계 혹은 사람사이를 다 연애로 엮는게 싫증날때 나타난 말수적고 담백한 남녀주인공. 말수가 적은 대신 대사가 주옥같다. 아마 누군가는 음침하다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는 상처받은 지안이가 오히려 그 상처때문에 속깊은 아저씨 동훈을 알아보고 마찬가지로 이 아저씨도 남다른 계약직 처자를 눈여겨보는 대목이 좋았다. 지안이가 도청하다 우는 장면은 참.. 영혼의 단짝이 있다면 박동훈과 이지아가 아니라 아저씨와 아이유겠지. 이지아 극중 이름은 몇회를 봐도 모르겠다.

졸렬한 세상 사람들에겐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우월감을 느끼게해줄 이지안의 불행을 박동훈이 넉넉히 감싸는 어른스런 모습이 좋다. 안타깝지만 난 세상 살면서 저런 남자 어른을 본 적이 없다.자기가 가진 좁은 범위의 남자로서의 힘을 자랑하는 모습은 젊으나 늙으나 너무 많이 봤는데 동훈이 같은 사람은 못봤다. 그게 이 드라마의 환타지이자 '나의 아저씨' 즉 제목 그대로 세상에 없을 거 같은 아저씨가 주인공인 드라마겠지.
두 사람이 끝까지 연애는 안했으면 좋겠다. 나를 알아주는 친구로 가깝고도 먼 사이로 남아주면 좋겠다. 이 둘은 스토리도 많고 불행의 접점이 있어서 왜 가까워지는지 알기 쉬운 반면 이지안과 사채업자의 관계가 더 미묘하다. 남자의 아버지를 지안이 죽였는데 사채업자의 아들은 이지안에게 돈만 받아내려는거 같지않다. 도리어 남녀사이의 비틀린 소유욕이나 질투로 보여진다. 차마 자기 아버지를 죽인 녀자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자꾸 관심이 가는 마음을 어쩌지못하는 비열한 범죄자의 냄새가 나. - - ㅋㅋ 복수라고 말은 하는데 거의 아무일도 안하고 이지안만 쫒아다니는게 이해가 안간다. 영어로는 obsessed 집착남.. 성실한 채무자가 돈을 갚아도 전혀 기쁜 내색이 없다. 오히려 이지안이 돈 못 갚아서 자기가 찾아가서 얼굴 보고 깽판치고 싶어하는거 같아. 데이트폭력이란 것도 애초에 저런 비틀린 소유욕과 짐승같은 욕구가 합쳐져서 나오는걸로 봐서 내 예상이 아주 틀리진 않을듯.. 문제는 아무리 눈에 힘을 빡줘도 별로 안무섭다는거. 그냥 머리좋은 여주인공이 어떻게하면 손쉽게 제압할 거 같은데 그 아비를 죽인 죄책감 때문인지 아들에게 당해주는 느낌이 든다. 더 보면 알겠지.
일주일 내내 볼 드라마가 하나도 없는데 가뭄에 단비같다. 난 남들이 재밌다는 밥 잘 사주는 누나는 지겨워서 1화도 끝까지 못봤는데 이 어둡고 음침한 드라마는 너무나 재밌다니 취향 참.. ㅋㅋ
어떻게 각자의 적을 들키지않고 서로 도와가며 처치할지 기대된다. 오피스 와이프의 한국버전인가.


덧글

  • 지녀 2018/04/14 10:44 #

    이지아 극중 이름은 윤희이죠 ㅎ
  • 2018/04/13 20:21 #

    너무 꽃잎같은 이름이어서 머리속에서 잘 매치가 안되나봐요. 일부러 알려주셨으니 외우겠습니다ㅎㅎ
  • 아힝흥힝 2018/04/13 11:53 #

    항상 불편하신분들이 이드라마를 여혐이네 데이트폭력미화네 난리를 치던데 웃기지도 않더군요(...)
  • 2018/04/13 20:27 #

    저는 그 장면이 폭력의 미화라고 생각하지않았어요. 보면서 좀 놀랐을 뿐. 드라마가 현실의 반영이라면 사채업자가 곱게 돈만 받아가거나 집안집기 몇개 내던지는데서 과연 깽판이 끝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여주인공과 사채업자는 역사가 있는 관계로 나오니 왜 맞고있는지 곧 나오죠. 뭐로 보나 어른용 드라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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