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다닌지 11개월째 by

병원 가는 건 늘 스트레스다. 고양이만 싫은게 아니다. 나는 내 병원도 가기 싫은데 거기다가 남들이 꺼려할지도 모를 애완동물까지 데리고 어느 놈이 걸릴지 모를 택시를 타야한다. 병원 그 자체는 돈 때문에 걱정일 뿐, 정작 가장 싫은 이유는 내 늙은 고양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는 일이다.

택시를 자주 타다보면 자기 차 타고 다니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게된다.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유지비네 감가상각이네 하는데 택시를 탄다는 건 여행을 가든, 볼일을 보든 낯선 기사가 일행으로 추가되는 것이다. 즐거운 여행이라든지 오붓한 프라이버시는 애진작에 물 건너가고 엉망진창인 운전매너를 가진 기사가 걸리면 그 날 기분은 망치는 거다. 기사들도 천차만별이라 친절하고 길도 잘 알고 말수도 적은 퍼펙트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 우리 동네 '**구'라고 커버에 적혀있는데 네비조차 제대로 못 찍고 헤매거나, 갑자기 서다가다를 반복하는 난폭운전으로 불안하게 하질 않나, 동물 싫어한다고 승차거부를 하는 사람도 봤고, 내 캐리어가 오래되어서 그렇지 바닥에 절대 내려놓은 적이 없는데 택시 뒷자석에 놓치 말고 바닥에 내려놓으라고 짜증섞인 말투로 신신당부 하는 인간도 봤다. 그렇게 애완동물이 더럽고 싫으면 왜 굳이 동물병원에서 콜을 불렀는데 내 콜을 잡은 거냐? 이건 싸우자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나도 병원에서 1시간씩 기다리고 진료받느라 지쳤고 출발한 택시에서 내리자면 요금도 또 실갱이 붙을 거 같아 참은 적도 있다.

운전을 잘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벌벌 떨면서 하는 거 말고 스무스하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실력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확 준다. 해외 나가도 렌트해서 편히 다닐 수 있고 지방 가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기관이 없는 섬도 너무나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건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문제가 아니다. 차가 비싼 거냐 싼 거냐는 아무 상관이 없다. 모닝이나 스파크라도 끌면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궁상 떨지 않아도 되고 추운날 덜덜 떨면서 버스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재테크 책에서 사회 초년생은 차 사지 말고 무조건 돈 모으라는 얘기 볼 때마다 코웃음을 친다. 나는 어릴 때 그말을 정말 믿고 운전면허만 따고 그걸로 끝이었고 동생은 돈이 없어도 300만원 엄마한테 꿔서 중고차 사서 끌고 다녔다. 그 후 동생은 돈 벌고 사회인이 되자 수입차 끌고, 운전은 귀신같이 한다. 나는 동생이 버린 중고차도 나이 먹으니 무서워서 끌다말다가 작년에 처분하고 끝이다. 지금은 반백수라 차 살 엄두도 안 난다.

내게 동생이 또 있다면 무조건 운동신경 좋은 젊을 때, 그리고 운전면허 딴 직후에 바로 끌라고 말하고 싶다. 그까짓 돈 몇 푼은 아무것도 아니다. 유지비도 보험도 실상은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고 비용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아무것도 부담하기 싫은 사람은 점점 그 생활 규모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밥도 사는 놈만 산다. 얻어먹는 놈은 맨날 얻어먹기만 한다. 그 형편이라는 것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 법이다. 이건 나한테 하는 말이다. 동생 차 얻어탈 때마다 너무 편해서 눙물난다.

아픈 고양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면서 저런 생각을 했다. 아주 오래전에 내린 작은 결정이 10년 20년후에는 엄청난 차이가 되어 돌아온다. 늘 행동을 하는 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정말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한다.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고양이인데 그 오래 전에 운전을 시작하지 않는 죄로 지금 저런 거지같은 기사들을 끝도 없이 만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택시 기사들의 태반이 왜 이렇게 운전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거칠다. 택시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부드럽고 빠르고 정확하게 갈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운전 배울 때 분명 브레이크를 많이 밟아서 가다서다를 반복하거나 차선을 쓸데없이 변경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운전을 그 따위로 배운 걸까? 자기들 아픈 식구를 태우고도 저렇게 운전할 수 있을까 싶다.

빚 갚으면 운전을 해야겠다. 동네 돌아다니는 수준이면 어떤가. 인연이 되어서 내 운전을 도와줄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니 일단 포기하지 말고 계획을 잡아야겠다. 내 목표는 레이서가 아니라 동행이 편안한 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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